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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생활] 1등의 습관/ 조성진/ 두쉬니키 즈드루이/ 찰스 두히그/ 폴란드 브로츠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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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1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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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힘

 

 

 

1등의 습관 by 찰스 두히그

 

x  브로츠와프 워킹 투어

 

x 피아니스트 조성진

 

 

글, 사진 by 써니

 

 

 

△ 폴란드 브로츠와프 구 시가지 전경:

우리나라와 같이 8월 15일은 공휴일이다. 성모승천일이자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전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 군인 참호시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 써니윤

 

 

 

*  지난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이전 포스트 바로가기: http://musicolock.tistory.com/12

 

# 폴란드 여행, #브로츠와프

 

 

 

중앙 광장에서 만난 가이드 분은 유쾌한 표정으로 첫인상부터 친근했다.

매트 데이먼이라 자신을 불러달라며 시작한 그 분의 설명은 무언가가 달랐다. 내용이 이해가 잘 되었을 뿐 아니라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많은 경우 관광지에서 가이드 분들의 설명을 들으면 그 분들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하게 되면서도 이 내용이 왜 내 머리속에는 들어오지 않을까 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가이드님의 설명을 듣는 내 느낌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차이가 뭐길래 이 분의 설명은 더 흡수가 잘 되는 것일까? 딱히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여타 다른 가이드님보다 완전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답은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었다. 이 가이드님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쏟아내지 않았다. 핵심적인 정보만은 꼽아서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하고 있었다. 차이는 '스토리' 였다. 특히 대화체를 많이 사용하여 생생한 느낌을 주었는데, 예를 들어 "어이 어떻게 지내, 이리 와서 나랑 카드게임이나 하지?" "우리 그럼 내기나 할까?" 등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여 내가 그 현장을 보고 있는 것 처럼 연출했다.

 

 

 

 

 

△ 브로츠와프 대학교 본관 건물의 후면: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다. 2차 세계대전 유태인 학살에 사용된 화학물질인 사이클론B 를 개발한 과학자도 이 중 하나인데, 결국 그의 가족도 이 것으로 학살되었다고 하니 여러 감정이 스치게 된다.

ⓒ 써니윤

 

 

이 뿐이 아니었다. 가이드분은 자신이 경험한 스토리와 역사적인 사실을 연결지어 설명했다.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Krakow와 이 곳 브로츠와프Wroclaw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크라쿠프에서 대학을 다니는 자신이 브로츠와프에서 도서관을 이용했을 때 생긴 에피소드를 십 분 활용했다. 

 

스토리는 강력하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보다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찰스 두히그 저서 <<1등의 습관>>에서 이 것을 정보 '비틀기' 라고 불렀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라는 뒷 표지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던 그의 저서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개인과 팀의 수많은 예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동기부여, 집중력 등 8가지 원칙을 제시했고, 중 하나가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인 비틀기이다.

 

△ 브로츠와프 구시가지 광장:

크라쿠프에 이어 폴란드에서 2번째로 큰 광장이다. 군사참호 체험 행사 때문에 시야를 가려 안타깝다.

ⓒ 써니윤

 

 

스토리는 흩어진 낱개의 정보가 의미있게 엮인 상태이다. 해설 내용에 귀가 기울여지고 들을 수록 궁금증에 더해지게 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을 스토리로 비틀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게 마련이다. 당시의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를 같이 느껴보고자 했을 것이고, 이를 상상력을 통해 공감이 가는 스토리로 만들어 냈다.

 

비틀음을 통한 스토리 만들기의 핵심에는 상상력과 감성이 있었다. 흩어진 정보는 감성과 상상력이라는 양념으로 정성껏 요리하는 스토리 만들기 과정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오디오 가이드에 일정 시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요리되지 않은 날 정보 즉, 날 재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당근, 양파와 같은 재료가 아무리 신선한들 날 것이라면 얼마나 먹을 수 있겠는가.

 

 

 

 

△ 71회 두쉬니키 즈드루이 국제 페스티벌이 열린 연주장 뒷 편의 쇼팽 상

 

ⓒ 써니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남다른 이유를 단 한마디로 꼽으라면, 이 스토리에 있다. 그와 같이 테크닉적으로 완벽하게 곡을 소화해 내는 피아니스트는 또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조성진 처럼 하나의 곡을 의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어 전달해 주는 피아니스트는 절대 흔하지 않음을 확실하다. 그는 낱개로 존재하는 음들을 의미로 묶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감정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시간 예술인 음악에서는 시간적 차이가 있는 음들을 하나의 의미로 엮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 소리를 내면 이 전소리는 금방 과거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떤 음악이든 프레이즈, 즉 의미있는 음의 묶음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은 연주자의 사명이자 연주의 목적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프레이징은 바로 음악으로 만들어진 스토리의 기본 단위 이기 때문이다. 프레이징은 마치 연극 배우가 같은 대본으로도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감동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음악 표현에 있어서 배우의 연기력에 비견한다고 할 수 있다.

 

 

 

 

△ 두쉬니키 즈드루이의 산길 입구:

언제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곳의 공기를 다시 한번 깊에 들어쉬어 본다.  

 

ⓒ 써니윤

 

 

 

 

 

이번 두쉬니키 즈드루이 축제에서의 조성진이 연주한 쇼팽의 프렐류드 op.28 과 폴로네이즈 op. 53 을 들을 때 내 감정은 흡사 영화를 보고 있는 것 처럼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이 두 곡으로 내 감정을 이리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만든 이는 없었다. 쇼팽의 폴로네이즈의 경우에 나는 예전에 그 곡이 시끄럽다고 느꼈던 적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수많은 음이 큰 음량으로 들리는 소리가 하나의 의미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크닉이 완벽한 연주자는 많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테크닉을 넘어선 감정과 상상력으로 양념된 음악 스토리를 선사해 준다. 그의 음악이 매력적인 것은 흩어져 있는 음을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설득력 있게 비틀었기 때문이다.  

 

<<1등의 습관>> 에서 찰스 두히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묘사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점들을 연결해 세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 두쉬니키 즈드루이 공연장인 "쇼팽의 집":

언제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곳의 공기를 다시 한번 깊에 들어쉬어 본다.  

ⓒ 써니윤

 

 

 

* 71회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녹턴의 밤 후기가 곧 포스팅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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