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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생활]폴란드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 페스티벌/ 조성진/ 연주 프로그램/쇼팽 프렐류드/ 쇼팽 폴로네이즈/드쉬니키 즈드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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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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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회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 피아노 페스티벌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개막 연주 1편 

 

 

 

 

 

 

글, 사진 by 써니

 

 

 

 

 

△ 드쉬니키 즈드루이Duszniki Zdroj 의 공연장 입구

: 축제기간 중에는 "쇼팽의 집" 이라고 불리는 연주회장 앞에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음악회의 시작 전에는 이를 알리는 피아노 연주가 잔잔히 울려 퍼지며 운치를 더 한다.

 

 

 

8월 10일 저녁 6시 반 경. 한국이었다면 폭염이었겠지만 이 곳은 트렌치 코트와 머플러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찬 바람이 불었다. 도저히 맨살을 내 놓지 못할 정도로 싸늘한 공기에 저절로 근처 식당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내 연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어찌나 떨리고 설레던지 근처 폴란드식 식당에서 주렉Zurek(소시지를 넣은 폴란드식 수프)을 반도 끝내지 못하고 어스름하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 "쇼팽의 집"이라 불리는 연장 내부의 쇼팽 상:

축제기간답게 존경과 사랑의 의미의 꽃이 놓여져 있다.

 

 

 

 

조성진 보다는 그의 음악

 

 

조성진의 연주에 대해 느낀 점을 글로 표현하기에 앞서 밝힐 점은 나는 특정 피아노 주자의 팬이거나 추종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기간 피아노 학도였던 난 피아니스트가 무대를 위해 연습하고 애쓰는 노고를 잘 이해하기에 그들을 향한 애잔함과 존경하는 마음 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여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일색한다든지 개인적인 행보에 집중하여 내 잣대로 평가를 한다든지 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개별 연주 에 대해 자세히 주의깊게 듣고 더 깊게 느끼려 하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려 할 뿐이다. 연주자의 유명세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자신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 순간의 연주와 내 감정에 충실히 집중하는 것에 우선한다. 

 

유명 어떤 콩쿨에 입상하고 어떤 학력을 자랑하는 것 자체가 내 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주자의 화려한 경력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학력이나 경력 보다는 음악 그 자체임은 틀림이 없다. 6살 짜리 아이의 연주를 듣고도 기쁨을 느낄 수 있고 거장이라고 불리는 연주자의 음악에서 내가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매체이기에 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음악 자체에서 느낀 것 들을 읽어 내려갈 것이다.

 

 

 

 

 

△ 조성진의 개막연주 프로그램:

8월 5일 금요일 오후 8시에 연주되었는데, 폴란드 2 라디오 방송에서 생중계 되는 아믈랭이나 시몬네링의 연주와 달리 그의 개막 연주는 현장에서만 함께 할 수 있었다. 

 

 

 

 

 

프렐류드: 전주곡일 뿐일까

 

 

 

두쉬니키 국제 쇼팽 페스티발Duszniki International Chopin Festival 의 첫 공연을 장식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프로그램이다.   

 

 

Mozart Rondo a-moll K.511

 

Schubert Sonata c-moll D 958

 

Chopin Preludes op.28

 

 

결론부터 말하면 이 날의 주인공은 역시 명불허전 프렐류드Prelude였다. 사실 나는 프렐류드를 소품 정도로 생각했던 터라 2부 전체가 대곡으로 알려진 소나타, 스케르초도 혹은 발라드 하나 없이 프렐류드로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불과 작년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엄청난 유명세를 가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개막 공연 프로그램 치고는 좀 약하지 않을까는 생각마저 드는 구성이었다.

 

큰 스케일의 협주곡이나 심지어 연습곡 에튀드Etude 에 비해서 프렐류드는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지는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28개의 짧은 곡으로 이루어진 프렐류드는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는 레퍼토리도, 조성진의 명성에 걸맞아 보이지도 않았다.

 

 

 

 

△ 연주 후 무대 위에서 바라본 슈타인웨이

 

 

 

프렐류드가 작곡 될 때는 쇼팽은 연인 조르주 상드와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파리의 습한 날씨를 피해 마요르카 섬(스페인 동쪽에 위치한 지중해의 섬) 에서 요양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그는 바흐의 평균율 악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평균율을 구성하는 형식 중 하나가 프렐류드prelude 즉, 전주곡 이었고 쇼팽이 여기서 차용한 곡의 형식이 바로 프렐류드 이다.

 

전주곡은 그 이름 때문에 후 비중있는 곡이라기 보다는 뒤에 이어지는 곡을 위한 음악일 뿐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음식으로 치면 메인 코스가 아닌 전식 정도에 해당하는 정도일 것이다. 나에게 쇼팽의 전주곡은 그저 짧은 소품 모음집일 뿐이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의 프렐류드는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프렐류드에 대한 입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프렐류드는 중요한 다른 무언가를 위한 "전주곡(프렐류드라는 형식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서 이미 충분한 의미와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 무대에서 바라본 공연장 모습:

휴양지 답게 아담하고 아늑한 모습이다.

 

 

 

 

그 한 음의 무게  

 

 

 

놀랍게도 조성진의 프렐류드는 달랐다. 듣는 이의 마음을 졸이게도 녹아 내리게도 때로는 흥분하게도 하며 프렐류드를 하나의 거대한 작품 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프렐류드는 더이상 다른 곡을 위한 전주곡도 소품도 아니었다.

 

콘체르토의 광대함에 비견할 정도의 다이나믹은 과연 피아노 한대로 p 와 f 의 간극이 이 정도로 벌어질 수 있는지 피아노 라는 악기 자체의 능력 조차 다시 보게 했다. 특히 f 에서는 절대로 피아노와 싸워 이기려 하지 않았다. 악기를 때리거나 거칠게 다루는 법 없이 내는 f는 깊이와 넒이를 모두 갖춘 진정 질 높은 소리였다. 이로 인해 내 눈과 귀가 단 한 시도 방심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특히 빗방울 전주곡에서 감미로운 오른손 멜로디 부분을 지나 왼손 멜로디 파트에서는 심장이 뛰고 숨이 막혀왔다. 빠른 음도 많은 음도 아니었다. 단 몇 개의 음에 어떻게 이런 무게와 장대함이 실릴 수 있단 말인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는 오른손 패턴 배경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낮은 음역대의 무게는 그 순간의 모든 소리를 지배했다.

 

2015년 12월 크라쿠프 공연에 비해서 조성진의 연주는 상당히 굴곡이 더욱 확실하고 격정적 이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는 다소 단정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내면에 무언가를 더 뿜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연주가 바뀌고 있는 것 인지 작은 홀에서 가까이서 보게 되어서 그런 순수한 내 느낌만인 것인지는 확실히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쇼팽 콩쿨 당시의 프렐류드 연주에 비해서도 다이나믹의 차이가 더 극명해 진 것은 사실이다.

 

 

 

 

△ 8월 6일 4시시몬네링 연주 전 공연장의 모습:

 

 

 

 

☆ 앙콜곡 폴로네이즈 에 대한 느낌, 다음 날 연주한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시몬네링과 비교한 내용 등이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