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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생활]71회 쇼팽 페스티벌/ 폴란드쇼팽축제/ 두쉬니키 즈드루이/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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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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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쇼팽 페스티벌

: 드쉬니키 즈드루이Dszniki Zdroj에서의 산책 1편

 

 

 

글, 사진 by 써니

 

 

 

△ 드쉬니키 즈드루이 마을 입구에 있는 쇼팽 벽화:

작은 마을 답게 그림도 소박하다

 

 

 

쇼팽을 기억하는 작은 마을

 

 

드쉬니키 즈드루이는 내가 사는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남쪽 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즈드루이zdroj 의 의미가 스파spa 라고 하니 물을 이용한 휴양 마을 임을 알 수 있다. 쇼팽이 16세였던 1816년 스승Elsner와 주치의에게 요양을 권고 받았던 당시에도 이미 치료를 목적으로 한 휴양지였으니 역사가 꽤나 깊은 곳이다.  

 

8월 5일 금요일 오후 2시간을 달려 폴란드와 체코 사이 국경 근처에 위치한 드쉬니키 즈드루이로 향했다. 며칠 운동을 쉬어서인지 가는 길에 지끈지끈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 이  늦은 시간까지 공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지 염려이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공연인데 단지 두통때문에 놓칠 수는 없었다. 속히 증상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두통약과 잠시 동안의 낮잠으로 몸을 달래 보았다.

 

폴란드에 2년이 넘게 살면서 이 곳의 이름조차 들어지 못했던 곳이라, 이런 시골 중의 시골 동네에 뭐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그려진 쇼팽 벽화를 보며 쇼팽이 잠시 다녀간 곳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 공연장이 있는 공원 입구:

연주자들의 국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 국기들이 걸려있다. 개막연주를 하는 조성진의 나라 대한민국깃발은 가장 우측에 걸려있다.

 

 

 

쇼팽 휴식, 나의 쉼

 

 

숙소에서 이른 저녁을 서둘러 먹고 공연 시작시간이 8시라 여유가 있음에도 저절로 가는 길을 재촉하게 되었다. 내가 연주하는 것도 아닌데 어찌나 설레는지 연주장의 분위기를 속히 느껴보고 싶었다.

 

역시 예감은 맞았다. 공연장 건물만을 생각했는데, 고즈넉한 공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은 쇼팽이 자선공연을 했던 공연장 건물로는 그 매력이 다 표현되지 않는 공간이다. 쉼과 휴식을 위한 고즈넉한 자연의 공간이 공연장을 포근하게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록빛의 공원의 모습과 대조적인 얼음물이 담긴 컵을 볼에 대는 것 처럼 차가운 폴란드의 산바람에 머플러를 둘렀다. 8월에도 겉옷을 챙기게 하는 코가 쨍한 바람이 내가 폴란드 산 중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여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었다. 16세의 쇼팽이 이 곳에 왔던 때도 8월 이었으니 내가 보는 풍경과 스쳐가는 바람은 그가 느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쇼팽이 누렸던 쉼과 휴식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쇼팽처럼 두쉬니티 즈드루이의 공기를 마시면 내 두통도 자연스레 치유가 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시며 이 곳의 공기를 깊게 느껴 보았다.

 

 

 

 

 

 

 

△ 공연장에서 바라본 공원:

도착한 첫날은 비가 와서 운치를 더했다.

 

 

 

 

축제가 열리는 공원의 모습은 시끌 벅적하지도 인파에 밀려 번잡스럽지도 않았다. 손님이 온다고 갑자기 급조하여 단장한 졸부 같은 축제가 아니었다. 평소와 같은 평온함은 유지한 채 음악이라는 재료로 정갈하게 차린 상만 내 온 모습 이라고나 할까

 

 

 

 

 

 

 

△ "쇼팽의 집Dworek" 이라고 불리는 공연장:

쇼팽의 우아함을 닮은 연주장과 고즈넉한 공원의 모습이 다른 어느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휴식과 음악의 조화로운 만남

 

 

 

쇼팽이 휴양을 했던 곳다웠다. 공연장을 둘러싼 모든 것은 쉼 그 자체 였다. 공연장 너머로는 분수와 산책로가 어우러진 공원이 있었고 측면으로는 흐르는 냇물 소리가 귀를 힐링해주고 있었다. 이와 어우러진 작은 공연장 건물의 모습은 자연으로 그리고 음악으로 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16세의 쇼팽이 이 곳에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십대 중반이면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인데, 오죽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으면 노인도 아닌데 요양 권고를 받았을까.

 

 쇼팽이 친구에게 쓴 편지의 기록에 따르면, 이 곳의 약수를 마시면서 치료를 받느라 바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몸이 아프면 필시 마음도 뻣뻣하고 거칠어 지는 법 일텐데, 쇼팽은 어린 나이 부터 벌써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을까?

 

 

 

 

 

 

 

 

 

 

△ 쇼팽의 상:

몸은 연약했지만 결코 정신과 영혼은 나약하지 않았다.

 

 

 

 

이 곳에서의 쉼 이후에 쇼팽은 바르샤바 콘서바토리에 입학을 하게 되는데, 이를 봐서는 이 곳에서의 쉼을 통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 곳은 단지 비어 있는 공간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의 휴식과 회복이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 곳은 힐링healing 본연의 의미인 진정한 치료의 기운 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드쉬니키 즈드루이의 현재 모습은 쇼팽 방문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가지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 것은 쇼팽이 스승 엘스너에게 썼던 편지에서 좋은 피아노가 없음을 한탄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슈타인웨이와 야마하 피아노가 연주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만남이 있다. 드쉬니키 즈드루이와 쇼팽과의 만남은 이 곳이 자연적 치유와 더불어 음악적 치유의 기능도 더하게 해 주었다.   

 

이 곳과 나와의 만남 또한 내 인생에 있어 새로운 무언가의 출발이 될 것이라는 이끌림이 느껴졌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에서 옷장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이 이 곳에 다다른 것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순간이 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 축제를 만나게 해준 나와 JY언니와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한 인연처럼 말이다.

 

드쉬니키 즈두루이 피아노 축제의 개막연주인 조성진의 연주를 앞두고 긴장감과 설레임으로 공연장 주변을 계속 서성였다. 이 곳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으로 그의 연주 전에 마음을 준비하는 나만의 행사를 만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