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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전주곡 두번째 이야기/쇼팽/ 조성진/ 마요르카/ 프렐류드/ 메노르카/ 크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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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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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이 사랑한 유럽]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에 얽힌 사연 

두번째 이야기 


조성진의 연주

X  마요르카와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글, 사진 by 써니


△ 마요르카 옆에 위치한 메노르카 섬에서 지중해를 바라본 전경: 이 바다를 쇼팽과 조르주 상드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 이전 포스팅 내용에서 이어집니다http://musicolock.tistory.com/admin/entry/post/?id=17


마요르카 팔마에서의 낭만

일장 춘몽일 뿐이었을까



“난 여기 팔마Palma(마요르카의 도시)에 있어. 선인장, 올리브 나무, 오렌지 나무, 레몬 나무, 알로에 무화가 나무 등과 함께 말이지. [중략] 하늘을 터키빛이고 바다는 청동색, 산은 하늘나라의 공기 마냥 에메랄드빛이야. 여긴 멋진 곳이야.” 


위의 쇼팽이 쓴 편지에서처럼 그는 마요르카 생활을 부푼 기대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11월 7일 늦은 아침 강렬한 햇살 아래 도착한 이들은 숙소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겨우 한 곳에 자리를 잡았으나 이 곳도 이튿날 당장 다른 곳을 찾으러 다녔어야 할 정도로 열악했다. 


△ 산토리니에서 바라본 지중해: 쇼팽이 말한 청동빛의 바다란 이런 것일까?  


결핵, 그리고 조르쥬의 결정 


예상과 달리 이 곳 현지 사람들은 이들에게 그리 협조적이지 않아 머물 곳을 구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결국 이 곳에 도착한지 8일이 지난 후인 11월 15일이 되어서야 고메즈Gomez 라는 프랑스 사람의 집을 빌릴 수 있게 되고 생활이 안정을 찾게 된다. 상드는 마요르카를 ‘카리브해의 하늘 아래의 푸른 스위스’ 라고 묘사하며, 예상대로 남국에서의 휴가를 누리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 행복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겨울이 접어들면서 쇼팽의 건강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심한 기침을 하던 쇼팽은 결국 결핵 판정을 받았고, 집주인에게 매몰차게도 퇴거 요청을 받게 된다. 당시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이 바로 결핵이었다. 스페인 법에 따르면 결핵환자가 머문 집의 가구는 모조리 불태워야 했는데, 집주인은 이들을 쫓아내기에 모자라 집안을 소독하고 새 가구를 사는 비용까지 쇼팽에게 청구해 버렸다.


△ 산토리니 이아 마을과 지중해: 



나 같으면 이 쯤되면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을 것 같은데, 이들은 마요르카 섬에 머무르는 쪽을 택했다. 조르쥬 상드가 강인한 성격의 여장부 인라 모든 의사결정은 쇼팽보다 조르주 상드가 맡아서 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그녀는 마요르카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조르쥬는 예전에 관광 차 갔었던 발데모사 수도원을 떠올렸고,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왜 파리로 돌아가는 대신 의사도 변변찮았을 시골 마을에 병든 쇼팽과 계속 머물고 싶었을 정도로 이 곳이 좋았을까? 조르쥬는 이 곳을 ‘가장 낭만적인 장소’, ‘시인과 화가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이 곳의 자연에 있다,’ 라고 극찬하며 발데모사를 쇼팽과 자신이 요양할 최적의 위치로 생각했다. 발데모사의 자연경관이 의료시설도 친구도 없는 이 곳의 이 모든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 크레타의 발로스 비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세계적인 휴양지 치고 한산한 편이었던 크레타 섬의 발로스 비치에 가는 길이 험한 것 같이 발데모사 수도원은 세찬 비바람이 몰이치는 곳이었다. 


내 방은 거대한 관 처럼 생겼어 


하지만 쇼팽에게는 이 곳은 결코 천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절친한 친구인 폰타나Fontana 에게 쓴 편지에 따르면, ‘내 모습을 상상해 보게. 머리는 축 가라앉아 있고 얼굴을 이례 없이 창백하네. 방은 흡사 거대한 관처럼 생겼어. 지붕에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고 작은 창문 밖으로는 오렌지, 야자나무, 싸이프러스 나무가 보이지 (중략) 내 침대 옆엔 절망적인 모습의 책상에는 거의 앉게 되질 않네. 여기는 정말 이상한 곳이야.’ 라고 이 곳을 묘사한다. 자신의 방을 죽은 몸이 머무는 관에 비유를 하다니, 쇼팽이 얼마나 이 곳을 끔찍하게 여겼는지 알 만하지 않은가. 폐렴에 시달려서 밤새 심한 기침을 했던 쇼팽은 자신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하지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12월 한겨울에 접어들자, 왜 이리 경치 좋은 곳에 아무도 살지 않는지 분명해졌다. 폭우가 매우 잦았기 때문이다. 발데모사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했던 조르쥬 상드 마져도 친구에게 쓴 편지에 이렇게 기록했다. “폭우가 무서울 정도야. 공기는 얼마나 습한지 기진맥진해져. 게다가 류마티즘 증세까지 악화되어 너무 아파.” 그녀도 이렇게 힘들어 했는데, 찬 공기가 치명적인 폐렴을 앓고 있는 쇼팽에게 그 해 겨울은 어느 때 보다 잔인했을 것이다.


△ 산토리니에서 바라본 지중해: 조르쥬 상드가 마요르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기대했던 푸른 빛 전망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을 바라보는 마요르카 현지 사람들의 눈총도 결코 곱지 않았다. 담배를 물고 있는 도도한 표정의 여자, 긴 머리를 한 남자 아이와 늘 남자 옷만 입고 다니는 여자 아이에 더해 한 눈에 봐도 병세가 역력한 남자가 이들 눈에는 탐탁지 않아 보였다. 또 교회에 라고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는 이들은 마요르카 사람들에게는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 다음 포스팅에 마지막으로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