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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생활]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 페스티벌/ 조성진/ 폴란드 바르샤바 조성진 공연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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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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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 페스티벌

: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주의 여운

글, 사진 by 써니

© 두쉬니키 즈드루이 쇼팽의 집 내부의 쇼팽 상:
놓여져 있는 장미가 말해주 듯 폴란드 인의 사랑과 존경을 듬뿍 받는다.

조성진의 연주에 마음을 열다

사실 이번 두쉬니키 에서의 조성진의 연주는 나에게 두번째 였다. 작년 12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조성진의 연주를 접했던 주된 이유는 쇼팽콩쿨이라는 굶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젊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쇼팽 콩쿨이 열리는 바르샤바는 아니지만 폴란드 에서 생중계로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과연 저 나이에 연주하는 것이 맞을까 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 했기에, 크라쿠프 연주회 참석은 엄청난 피아니스트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일종의 관광객 모드 였다.


© 무대위의 슈타인웨이: 나에겐 헤어진 연인과 같은 관계였던 피아노라는 악기. 조성진의 연주로 피아노와 재회와 화해를 하게 되었다. 역시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조성진의 연주를 직접 듣고 믿기지 않는 테크닉과 손놀림에 감탄을 했다. 저런 대곡을 저리 거침없이 연주해 내다니. 하지만 그 뛰어난 연주에도 내 마음이 그리 움직여지지는 않았다. 실연을 당한 후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에게 일부러 차갑게 대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나는 오랜 기간 동안 피아노 학도였던지라 세계의 내노라 할 연주장에서 무시 무시하게 피아노를 누비는 성공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모습에 질투부터 나는 것은 나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연습을 하면서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하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연주를 그저 표면적으로 들을 뿐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이루어 낸 모든 것이 마땅히 자랑스러워야 할 텐데 그 만큼 내 맘이 딱딱해져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 두쉬니키 즈드루이 내 무대 위의 피아노: 피아노를 바라보면 아련함과 흥분, 아쉬움 등 오만 감정에 젖게 된다.
그래서 그랬는지 작년 크라쿠프 공연 때는 공연 후에 진행되는 사인회도 갈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같이 간 다른 분들은 사인회에 간 에피소드를 자랑스레 얘기하는데, 난 내내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았다. 나도 피아노를 계속 했더라면, 연습 방법을 달리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라는 부질없는 생각만 스칠 뿐이었다.


© 두쉬니키 즈드루이 공원 내 쇼팽상: 축제 개막 공연 전에 헌화식을 한다. 


하지만 이번 두쉬니키 공연에서는 십수년간 피아노에 닫혀있던 내 맘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 만큼 조성진의 연주는 혼과 진심이 담겨 있었고 두쉬니키 즈드루이는 쇼팽이 연민을 베푼 공기가 충만했다. 쇼팽, 드쉬니키 즈드루이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인해 상처 받은 내 마음은 치유가 되고 있었다.

우연히 작년 크라쿠프 공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크라쿠프 공연 때와 같은 레퍼토리가 아닌가. 같은 곡, 같은 연주자의 곡을 이리 다르게 느낄 수가 있다니. 내 마음 밭의 차이였을까, 아니면 그의 연주가 더욱 내 마음을 깊이 흔들게 되어서 일까 에 대한 답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 녹턴 연주 전의 "쇼팽의 집" 전경: 쇼팽, 두쉬니키 즈드루이 그리고 쇼팽을 혼을 담이 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8월 말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축제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리고 아믈랭을 만난다. 이런 음악과의 소중한 만남을 맺게 해주는 JY언니는 은인이라 해도 표현에 부족하다.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분들이 계셨기에 순간 순간의 감흥을 붙잡아 놓을 수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는 어떤 음악과 스토리로 나의 마음과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 71회 두쉬니키 즈드루이 공연 포스팅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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