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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음악축제]브로츠와프/ 텔레만/ 쳄발로/ 하프시코드/ 지오반니 안토니니 조성진 지휘자

음반위의 유럽

by 써니윤 2016. 9. 12.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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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생활


브로츠와프 음악 축제

: 음악회에서 포식하다  


브라티슬라비아 칸탄스Wratislavia Cantans

텔레만 Georg Philipp Telemann

지오반니 안토니니Giovanni Antonini  


글, 사진 by 써니



▲ NFM 국립 음악당 NFM Narodowe Forum Muzyki과 그 앞에 위치한 난쟁이 상: 브로츠와프의 상징인 난쟁이는 도시 곳곳에 300여개가 흩어져 있는데, 보통 한 장소에 난쟁이 하나가 있는데, 이 곳의 난쟁이는 아마도 가장 많은 수가 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음악당 앞 답게 오케스트라 난쟁이 상이다. 


텔레만은 누구? 

조지 필립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은 1681년 독일 생으로 바흐(바흐보다 4살 형이다), 비발디, 헨델과 동시대 작곡가로 현존하는 기록을 기준으로 최고 다작의 기록을 세운 음악가로 유명하다. 음악에 재능이 있었음에도 어머니의 반대로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각종 악기를 스스로 익혔다. 현악기에서 건반악기까지 매우 다양한 악기를 다루었다고 하는데, 사실 악기 하나도 제대로 연습하기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그가 얼마나 시간과 열정을 바쳤는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반대가 오히려 그가 음악에 더 매진하게 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되기도 하는데, 역시 시켜서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에 무게가 실리게 되는 법인가 보다. 그의 노력은 결국은 빛을 보게 되는데, 법학을 공부하러 간(아마도 어머니의 권유에 의해서 일 것이다) 라이프치히에서 두 교회에서 음악을 의뢰받게 되고 여기서부터 텔레만은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삶을 살게 된다. 어머니의 반대는 그의 재능과 노력을 가로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 음악회 이름이 Music for a Mixed Taste:  '다양한 맛을 위한 음악' 이라는 부제 답게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인터미션에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감사하게도 인터미션을 두 번이나 주는 바람에 먹으러 음악회를 온 것 같은 호사를 누렸다. 각 테이블 마다 음식의 국적을 나타내는 국기가 세워져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까지 더했다. 


하프시코드의 매력

: 현악기와 건반악기의 절묘한 만남 


지금은 바흐가 유명하지만 당시에는 텔레만이 상당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이번 연주는 텔레만이 살던 당시의 연주를 재현한 고음악 연주로 진행이 되었던 덕에 하프시코드(=쳄발로) 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특유의 챙챙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인 이 건반악기는 피아노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인 바흐, 비발디와 같은 음악가가 살던 17-18세기 당시에 널리 연주되다가 모차르트 초기(아마데우스 영화에서도 쳄발로가 등장한다)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여 베토벤 대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피아노로 완전히 대체 되었다.


쳄발로가 멸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리의 크기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피아노가 건반에 연결된 해머(망치)가 피아노 줄을 때리는 식으로 소리를 내는 반면, 쳄발로는 기타와 같이 줄을 뜯으면서 연주된다. 이 같은 구조적인 이유로 피아노는 타악기처럼 세게 내려치거나 혹은 여리게 두드리는 것으로 음량 조절이 용이하지만 쳄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볼 때, 다이나믹한 음악이 선호되기 시작한 베토벤 시대부터 피아노에 밀렸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피아노라는 이름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 로 큰 음량과 작은 소리를 모두 낼 수 있는 악기라는 뜻을 가진다. 이와 같이 쳄발로와 그 아들 뻘인 건반악기인 피아노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음량 조절에 있다.


▲ 1부와 3부가 진행된 빨간방: 진짜 홀 이름이 빨간방Sala Czerwona이다. 이름 답게 벽면이 모두 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지만 줄을 뜯는 소리의 현악기의 부분과 여러 가지 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건반악기의 특징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쳄발로 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건반으로 연주되는 기타 같은 독특한 소리를 들으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 춤을 추고 있는 무도회장과 같은 장면을 연상된다. 그 만큼 하프시코드는 우아한 소리를 가진 고악기의 대명사이다. 



▲ 음악회에서 포식하다: 우린 작은 접시를 내 놓는 전략에 넘어가지 않았다. 모든 테이블의 음식을 먹는데 성공했다. 역시 음식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명불 허전이다. 


리코더의 재 발견: 지오반니 안토니니 


오늘 음악의 하이라이트는 리코더 였다. 맞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불던 그 리코더이다. 물론 전문연주자용 리코더는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졌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리코더라는 악기가 얼마나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리코더 전문연주자가 있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본 것은 처음인지라 악기의 역량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리코더를 맡은 지오반니 안토니니Giovanni Antonini 의 연주는 리코더로도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해 주었다. 연주 중에 발을 굴러가며, 때로는 무대에서 점프도 불사하면서 얼마나 흥이 넘치게 연주를 하는지 리코더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모두 쏟아내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마저 들었다. 얼마나 흥겹게 연주를 하는지 의자가 없는 홀에 바닥에 앉아 있으면서도 우리는 연주내내 눈과 귀를 다른 데 둘 틈이 없었다. 


영롱한 새소리로 음악을 짜 넣은듯한 환상적인 소리는 이 소리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신이 피리를 부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상상마져 들게 했다. 




▲ 2부가 진행된 검은색 방Sala Czarna 에서 연주 전에 한 컷: 감사히도 연주자들은 카메라에 포즈를 취해 주시는 센스를 발휘해 주셨다. 



리코더라는 악기로만 그 흥을 발산하는 것이 성에 안찰 것 같더니만 안토니니가 이 연주가 속한 브라티슬라비아 칸탄스 축제의 음악감독이라는 JY 언니의 귀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역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깨알정보의 대가 JY 언니 감사해 ^^) 더불어 지오반니 안토니니는 지휘자로도 활약을 하고 있는데 내년 4월 조성진의 브로츠와프 연주에서 베토벤 협주곡의 지휘를 맡는다니 여러 모로 내년의 연주가 기대가 되었다. 지오반니 안토니니는 그의 연주 혹은 지휘를 더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뇌리에 남는 연주를 선사해 주었다.


사실 연주자가 지휘를 하는 때는 대개 정명훈이나 크리스티안 짐머만 같은 피아니스트가 지휘로 전향하거나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멜로디 위주로 연주하는 다른 악기보다 다양한 화성을 다루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다뤄본 연주자가 아무래도 오케스트라의 총보를 읽어내고 해석하기 수월하기 때문일 텐데, 지오반니 안토니니는 관악기 주자가 지휘를 하는 꽤 드문 경우에 속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고 나니 안토니니는 음악의 기를 표현하지 못해 안달 난 천성적인 음악가였고, 그의 끼와 음악성이 관악기에 한정되기에는 너무 강렬하고도 풍성했다.


그가 베토벤의 전문가라니 강렬한 베토벤의 음악과 열정적인 그의 만남이 어떤 음악을 선사해 낼 지 내년 음악회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었다. 사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때문에 표를 예매했었지만, 지휘자인 안토니니 라는 연주자도 오늘의 음악회를 통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모든 연주를 마친 후: 고음악 연주는 어렵고 너무 고차원 적일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접고 그저 소리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함께 하면 수백 년전에 연주되었던 낯선 악기의 모습과 소리를 즐기는 것 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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