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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생활]쇼팽과 그의 유럽 3편/ 조성진 연주 리뷰/ 바르샤바/ 폴란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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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9. 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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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생활]


쇼팽과 그의 유럽 후기 2편:

조성진 연주 리뷰


글, 사진 by 써니



연주의 여운


2016년 8월 28일 조성진의 바르샤바 연주를 글로 정리하기 까지 일주일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연주 때문에 고운 모래가 가라앉아 있는 물 컵을 휘저어 놓 듯 감성이 모조리 수면위로 올라와 버려 도대체 어떤 것 부터 적어 나가야 할지도 마음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주 직 후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음을 물론이고, 며칠 간은 몸은 일상생활에, 마음은 어디 낯선 곳에 여행을 온 냥 몸과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다. 일주일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정신이 몸과 합체한 느낌이랄까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과 그의 유럽 축제 무대에 올려진 조성진 연주의 프로그램은 1부는 쇼팽의 프렐류드 op. 28 곡을 장 프랑세Jean Franciax 가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한 작품과 2부에서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op.23 로 이루어졌다.


프렐류드를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것도 꽤나 기대가 되었다. 마침 두쉬니키에서 접한 조성진의 연주에서 충격에 가깝게 느꼈던 곡이 쇼팽의 프렐류드 op.28 이었던 지라, 오케스트라는 과연 어떤 해석으로 이 곡을 들려줄지 매우 궁금했다. 



1부: 쇼팽의 프렐류드  


역시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었다. 피아노 소리로 듣던 멜로디를 현의 애절한 소리로 듣는 매력도, 저음의 풍성함을 관악기의 꽉 찬 음색으로 접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어떤 악기도 피아노의 날렵함과 임팩트가 뚜렷한 포르테의 강렬함의 깊이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현악기,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에 이르는 서양 악기가 총출동하는 오케스트라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쇼팽의 프렐류드는 조성진의 연주가 더욱 생각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피아노에서 표현된 소리를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로 지혜롭게 배분한 작곡가의 역량에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게 되지만 역시나 쇼팽의 곡은 피아노를 위한 곡임에는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2부: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의 이름이 빛나게 되는 이유


2부에 등장한 조성진의 연주는 당당함과 겸손함이 동시에 보였다. 수천 명의 주목을 받는 무대에 서는 연주자라면 으레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고 싶을 법도 한데,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순수히 음악과 작곡가의 정서를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는 데에만 온 몸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는 연주자 개인의 쇼맨십과 과시욕 대신 곡을 지은 이의 감성과 마음을 이해하여 청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작곡가와 듣는 이를 이어주는 충직한 메신저가 되어 주었다. 이 점이 랑랑 과 같은 스타성이 짙은 연주자와 그가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서부터 그는 조성진 개인이 아닌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그리고 쇼팽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 에서는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자유가 담긴 러시아의 대륙다운 기상이, 앵콜 곡이었던 드뷔시의 달빛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프렌치 감성이,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에서는 폴란드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느끼는 애국심과 나라를 잃은 울분을 거침없이 표현해 냈다. 이 부분 때문에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그 배경을 더 탐구하고 싶게 되고, 곡을 알면 알수록 그가 선사한 음악에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연주자라면 마땅히 고유한 개성이 있고 이를 굳이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그는 모든 곡에 자신의 목소리를 천편일률적으로 담는 대신 작곡가가 음악에 담아놓은 고유한 영혼을 깨웠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기 자신 대신 음악에만 철저히 우선순위를 두는 그의 자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라는 이름을 빛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


그 만큼 기교를 갖춘 연주자는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 만큼 작곡자와 곡을 머리와 가슴 모두로 깊이 이해하고 이 것을 소복이 담아 선사해 주는 연주자는 결코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해 본다. 이 것이 그의 연주를 또 찾게 되는 중독성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다음에 전해 줄 그의 이야기가 그의 감성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