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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푸치니/ 베르겐츠/ 스위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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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윤 2016. 8. 22.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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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 투란도트

오스트리아 베르겐츠 축제

글, 사진 by 써니


지난 토요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러 오스트리아 베르겐츠Bergenz 로 향했다. 우천으로 취소되지 않기를 바라며.

공연 시작은 9시였는데 우리는 7시 반경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했다. 다행히 교통 정체가 있지는 않았는데. 세상에,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절대 작은 규모의 주차장이 아니었는데 자리가 하나도 안 보였다.

몇번을 빙빙 돈 끝에 운전자 들어가는 차가 보였다. 차를 빼는 거냐고 손으로 물어보니 나간단다. 유레카!

게다가 친절한 운전자 분께선 내려서 본인의 주차권까지 우리를 주고 가셨다. 날짜를 보니 다음날 까지라 넉넉하다.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도착해 프로그램을 찾는데 오로지 독일어 버전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안을 확인해 보니 사진이 꽤 되어 이 것 만이라도 간직하자 하는 맘으로 하나 골라들었다.



투란도트의 간략한 내용를 보면,
부군을 고르기 위해 투란도트 공주는 상대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죽음을 당한다. 공주를 보고 한눈에 반한 패전국의 칼라프 왕자가 공주의 질문에 도전하게 되고 답을 맞춰버린다.

내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왕자는 아무도 맞추지 못할 질문을 왕자가 맞춰서 화가 난 공주에게 시간 제한내에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자신을 옥에 가두어도 좋다고 말하고, 공주는 누구든 왕자의 이름을 알아낼 때 까지 잠들지 말라고 명한다.

여기서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Nessun Dorma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이다. 원제의 뜻은 누구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Nobody sleeps.)인데 우리니라에서는 의역을 한 제목으로 알려져 있디.

소프라노가 불러도 되지 싶을 정도로 음역이 높아서 웬만한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푸치니는 어쩌자고 이렇게 어려운 곡을 만들었을까 싶지만,  듣는 내 입장에서는 마지막의 '빈체로' 부분에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명불허전 파바로티의 아이콘 격인 곡이기도 하고
폴포츠가 불러서 다시 유명해진 노래이기도 하다.

호수 위에 올려진 무대의 대형 스케일과 이태리 말을 못알아들어도 지루할 틈이 없는 다양한 볼거리가 으뜸이었다. 중국 기예사가 불쇼를 하고, 진시황의 테라코타 군사를 따라 만든 수십개의 모형들이 중국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대형무대라 가수들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주의 초 대형 스크린에 공주의 표정을 상징하는 영상을 보여주었고, 양쪽 탑과 중앙무대 그리고 호수에 배까지 띄워서 시선을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했다.

하지만 야외공연은 날씨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공연 초반에 비가 보슬보슬 내리더니, 투란도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 날씨에 노래해도 몸이 괜찮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우리는 챙겨온 우비를 입고 버티고 있었는데, 간이비옷을 입은 아들이 춥다고 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몇 장면을 남겨두고 추워도 끝까지 보겠다는 녀석을 구슬러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나오기 전에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비를 버티지 못해서 자리를 떴다.

생애 처음으로 장대비를 맞으면서 본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음악 자체를 밀착적으로 들으려면 연주자와 더 가까이서 느껴야 함은 맞지만 아름다운 소리가 함께하는 경험은 어떤 것이든지 큰 추억이 된다.

* 에필로그


숙소는 오스트리아와 인접한 스위스라 수퍼마켓에 들러 보았다. 사악한 물가의 스위스 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괜찮은 편이라 치즈와 우유는 꼭 사게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량 냉장고를 챙겨왔으면 좋았을 뻔 했다.



부드러운 촉감의 이 치즈는 다른 곳 어디를 가도 먹어보지 못했다.